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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식 쌓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로 인한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은?

by 삶은 재미나 2024. 3. 15.

작년에 업무차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중심가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빈 상점이나 사무실이 많아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는데요, 상상이상으로 많은 건물이 비어 있어 치안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무언가 사달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겨 두렵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 이하 CRE)에 대한 내용이 있어 오늘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CRE 관련 부채의 만기 도래 규모는 5,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에 따른 연체 및 부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지역은행인 New York Community Bancorp (이하 NYCB)에 이어 일본 Aozora은행, 독일 Deutsche은행 및 Deutsche pfandbrief은행, 스위스 Julius Baer은행 등 외국은행도 CRE 대출과 관련된 손실 또는 추가 충당금 적립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작년 3월과 같이 미국의 지역 은행 부실로 인한 시스템 위기 발생 가능성과 글로벌 금융위기(The Global Financial Crisis)처럼 미국의 위기가 다른 나라로 파급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문화의 확산으로 인한 수요감소, 그간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따른 고평가 인식,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 등의 이유로 인해 사무실 및 아파트 등 주요 부동산 부문에서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도심 지역에서 사무실과 아파트 가격 크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연준의 긴축 정책이 지속되면서 은행의 CRE 대출 연체율이 상승(2022년 3/4분기 0.64%, 2023년 3/4분기 1.07%)하고 있으며, 이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경우 CRE 관련 부채의 상환(차환)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과거의 금융위기와 현재의 미 CRE

과거의 금융 위기와 현재의 미 CRE 부동산 위기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의 Silicon Valley Bank 사태와의 공통점

금리 변동이 주요 위기 발생 요인으로 작용했던 점이 이전의 금융 위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NYCB의 CRE 대출 부실로 촉발된 리스크, 글로벌 금융위기, 2023년 미국의 Silicon Valley Bank 사태는 공통적으로 고금리 충격이 주요한 발생원인이었는데, 고금리 충격이 부동산 시장을 통해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하였고, 위기 발생 이후 해외 금융기관들에서 유사한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NYCB 사태와 금융 위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며, 2023년 미국의 Silicon Valley Bank 사태 역시 지역 기반 은행의 자산이 특정 상품(특히 국채)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가 해당 자산의 부실화를 초래했다는 점이 현 NYCB 사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의 차이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주택담보대출을 구조화한 부채담보부증권 (Collateralized Debt Obiligation, 이하 CDO) 등 파생상품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해당 상품에 대규모로 투자한 것이 위기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습니다. 복잡한 상품구조 등으로 신용평가사들도 위험 정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함에 따라 해당 상품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부실 규모와 이와 연계된 기관의 부실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당국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데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와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의 CDO 등 구조화 파생상품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CRE 대출이 대부분 단순 대출 또는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 (CMBS: Commercial mortgage-backed securities)의 형태로 실행되었으며, 그 결과 관련 리스크 평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이 개선된 점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번 CRE발 리스크의 차이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채담보부증권 (CDO: Collateralized Debt Obiligation)

회사채나 금융기관의 대출채권, 자산담보부증권(ABS)이나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묶어만든 유동화 채권으로 미국 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만들어진 파생금융상품입니다.

장점:
1. 다양한 투자 기회: CDO는 여러 종류의 채무를 포함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합니다.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기업 채무 등 다양한 자산 유형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2. 리스크 분산: CDO는 다양한 채무를 조합하여 구성되기 때문에 개별 채무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전반적인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수익률 향상: CDO의 하위 패스-스루는 높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단점:
1. 복잡성: CDO는 여러 종류의 채무를 조합하고 여러 등급의 패스-스루로 분할되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를 갖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CDO의 리스크와 수익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2. 신용 리스크: CDO의 수익은 주로 포함된 채무의 원리금 상환 및 이자 지급에 의존합니다. 따라서 포함된 채무의 신용 품질이 하락하거나 채무자가 부도 할 경우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3. 유동성 리스크: 시장 상황에 따라 CDO의 유동성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CDO를 매각하거나 채권을 상환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습니다.
4. 금융 위기에서의 취약성: 금융 위기 시기에는 CDO가 큰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신용평가사의 과소평가, 채무자의 부도 등의 요인으로 인해 CDO가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CDO는 투자은행(IB)의 미국 부동산 수익이 좋았을 때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다른 ABS 상품들 중 구조가 복잡한 상품으로 부실화될 경우 리스크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내부 통제관리가 어렵고, 주택경기가 침체되면 연체율이 늘게 되어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되는 상품이므로 CDO에 대한 투자는 신중한 검토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2023 미국의 Silicon Valley Bank 사태와의 차이점

2023년 미국의 Silicon Valley Bank 사태와 이번 미국의 CRE발 리스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의 경우 중소 지역은행들에 대한 예금인출사태(Bank run)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는 Silicon Valley Bank, Signature 은행의 예금 중 상당 부분 (Silicon Valley Bank의 경우 95%)이 예금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거액 예금자(스타트업 기업)로부터 조달된 것과 달리 최근 문제가 된 NYCB의 경우 해당 비율이 30%를 하회하고 있으며, Silicon Valley Bank 사태 당시 모든 예금자를 완전히 보호한 조치로 인해 이후로는 예금손실에 대한 우려가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 다른 점으로 분석됩니다. 

 

통화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치의 차이점

한편 통화정책 대응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서도 차이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23년 3월 당시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하 여력을 낮게 평가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완화적 통화정책 대응에 대한 기대도 낮았습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작년에 비해 크게 완화된 현시점에서 시장은 CRE 대출의 부실이 은행시스템의 문제로 확산될 조심이 보일 경우 연준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CRE 관련 이슈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사례들에 비해 부실 규모가 크지 않고 금융기관과 당국의 대응능력도 개선되었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작년의 은행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고려할 때 시장 참가자나 예금자의 군집행동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 및 연기금이 북미, 유럽 등 주요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CRE 관련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은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과거 경험을 돌이켜 볼 때, 리스크의 현실화는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경로로 나타났고 미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 (2023년 10월)에 따르면 시장참가자들은 CRE 관련 리스크를 가장 높은 순위의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고, ECB 역시 금융안정보고서 (2023년 11월)를 통해 금융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이 된다면 CRE 대출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리스크 증폭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리스크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과 금융 기관의 대출 부실 위험에 따라 미국 상업용 부동산리스크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을 갖고 상황을 주시하면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출처: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4년 3월)

https://www.bok.or.kr/viewer/skin/doc.html?fn=202403140627479960.pdf&rs=/webview/result/B0000156/202403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31407573876995